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
시작은 바흐 자신의 편곡이었습니다
바흐는 자신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5번을 류트를 위해 직접 다시 썼습니다. BWV 995입니다. 조를 옮기고, 성부를 더하고, 저음을 다시 배치했죠. 바흐가 남긴 그 흔적을 따라가면 1번과 3번에도 같은 길이 열리지 않을까. 이 공연은 그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.
도쿄에서 온 답장
테오르보 연주자 레오나르도 타키에게 이 생각을 보냈습니다. 그는 세 개의 단서를 돌려주었습니다.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의 푸가를 류트로 옮긴 BWV 1000,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의 류트판 BWV 1006a, 그리고 동시대 류트 거장 실비우스 레오폴트 바이스의 음악을 바흐가 다시 쓴 BWV 1025. 모두 ‘바흐는 어떻게 옮겼는가’를 보여주는 자료들입니다.
콩트르파르티 — 원곡을 건드리지 않고 둘이 되는 법
그가 덧붙인 개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. 17세기 류트 음악에는 이미 있는 독주곡에 제2류트 성부를 새로 써서 이중주로 만드는 관습이 있었습니다. 원곡은 그대로 연주하고, 두 번째 악기가 저음과 내성을, 때로는 윗선율까지 새로 짜 넣는 방식입니다.
첼로 모음곡을 한 음도 고치지 않으면서 테오르보를 들여보내는 길이 여기에 있었습니다.
17세기의 작법과 21세기의 두 연주자가 한자리에 모여 한 편의 작품을 함께 만드는 셈입니다. 실험적인 시도이지만, 그만큼 더 풍성한 자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.
제일 어려운 건 프렐류드입니다
“춤곡들 — 알르망드, 쿠랑트, 사라방드, 미뉴에트와 부레와 가보트, 지그 — 은 비교적 매끄럽게 될 겁니다. 다만 프렐류드는 훨씬 품이 많이 들 거예요.” 그의 첫 반응이었고, 지금 두 사람이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부분입니다.
바로크 첼로, A = 415, 거트 현
이번 무대는 바로크 첼로로 연주합니다. 피치는 A=415Hz, 오늘의 표준인 A=440보다 반음 낮습니다. 현은 금속이 아니라 거트 —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현입니다. 장력이 낮은 만큼 악기는 더 느슨하게 울리고, 소리의 가장자리가 부드럽습니다.
좌석을 한 자리 더 사는 악기들
테오르보는 케이스 길이만 167센티미터입니다. 위탁수하물로 부칠 수 없어서, 연주자는 이동할 때마다 악기 몫의 비행기 좌석을 따로 삽니다. 첼로도 마찬가지입니다. 두 악기 모두 사람처럼 좌석 하나를 차지하고 움직입니다. 12월, 테오르보는 그 좌석과 함께 도쿄에서 서울로 옵니다. 그의 첫 한국 방문입니다.
오래된 음악과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모아 온전한 한 번의 리사이틀을 해보고 싶었습니다. 아티스트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무대라기보다, 제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취향이 맞는 관객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의 첫걸음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