클래식이라는 장르는 베네치아의 풍경과 닮았습니다. 연주자들은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기보다 운명에 의해 선택되어지곤 하죠. 운명이라는 열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빨라지기 때문에, 그 열차에서 뛰어내리려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내던져야합니다. 예술의 전당.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들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, 운명에 몸을 실은 사람들입니다. 목적지는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연주자들은 운명과 생존의 경계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.

독주회에서 연주자를 기다리는 마음은 아마도 리알토 다리 위의 연인 혹은 아내, 그 심정일 지도 모릅니다. 운명에 의해 뱃사람이된 남편을 기다리는 마음. 슈만이 되었든 드뷔시나 바흐가 되었든. 그 디테일을 이해하는 마음은 연주자에 대한 연민, 그리고 운명의 경외에서 시작합니다.
음악이라는 것은 결국 감정의 청각화.
감정이 깊어질수록, 그 감정을 경험의 메타포와 연결지을수록
음악은 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소설이 되기도 합니다.